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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8) 가을 힐링 답사



2021.10.

[이모작프로젝트: 탐구의달]

editor 김희주



 

미술작품의 거친 붓 터치,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색감, 압도적인 크기 등은

스크린으로는 절대 다 느낄 수 없다.

조경공간의 진정한 아름다움 또한 미술작품처럼

–사실은 그보다 더- 화면으로는 다 느낄 수가 없다.

직접 가보아야 한다.

chapter 08, 이모작 준공답사 이야기.


우연치 않게 입사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준공답사를 다녀왔다. 해당 현장을 설계하던 그 때의 기억을 끄집어내며 단지 곳곳을 들여다보던 선임들의 모습이 그렇게나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설계부터 준공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는데 이 긴 프로세스를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더샵송도마리나베이 / 랜드마크시티센트럴더샵 / 시흥장현리슈빌더스테이 / 시흥장현트리플포레] 이렇게 4개 현장을 다녀왔다. 당시 느꼈던 감정을 최대한 살려 필자의 최애 공간을 꼽아 소개해보겠다.


 

더샵송도마리나베이

단지 주보행로 끝에 펼쳐진 송도 바다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단지다. 그만큼 존재감 넘치는 송도 바다를 컨셉으로 물을 이용한 다양한 수경 공간들이 많았다.

이 아파트를 돌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단지 주보행로였다. 사진처럼 단지 보행로 한 가운데를 오목하게 파내고 거석들을 툭툭 떨어뜨려 놓았는데 모던함과 와일드함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석가산에서 보던 거석들이 보행로 한 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그 모습!)


사실 이 공간은 여름철에 물을 흘려보내어 아이들의 물놀이장으로도 쓰인다고 했다. 10월 답사였기 때문에 아쉽게도 물은 없었지만 한여름에 경사를 미끄러져 내려가 냇가에 온 듯 노는 아이들과 주변 벤치에서 앉아있을 보호자들의 와글와글 한 모습이 자동으로 연상 되었다. 하지만 역시 이 공간의 묘미는 여름이 아닐 때를 고려해 그 자체로 작품 같아 보이도록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 보행로상세컷) 작은 계단과 다리가 있을 정도로 경사가 있다. 경사, 트렌치와 배수구멍이 수경공간임을 암시한다.






 

시흥장현리슈빌더스테이(B-6BL)

도면과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공간이다. 각 준공현장을 답사하기 전에 회사에서 계획했던 개념들과 실시도면들을 확인하고 답사를 떠났었다. 도면 상에는 녹지 공간 사이에 넓다란 평상이 툭 놓인 단순한 공간으로만 보였는데 직접 공간에 들어섰을 때는, 그 단순함이 오히려 공간 전체에 명료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주었다. 공간 주요 출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돌담가벽과 사인이 캠핑 필드의 느낌을 한껏 살려주고 같은 문양의 부정형 판석 포장 또한 공간의 분위기를 묵직하게 잡아주었다. (돌담가벽과 사인물을 사랑하기 시작한 때도 이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띄엄띄엄 밀도 낮게 식재된 관목들이 캠핑필드의 여유롭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훨씬 높여주었다. 단지 제일 끝 쪽 비밀스러운 곳에 위치한 이 공간의 여유로움이 참 좋았다.





 

시흥장현트리플포레(A-7BL)

공간을 감싸는 통석의 가벽과 벤치가 포근하게 느껴졌고 사이사이 빼꼼하게 보이는 사초류, 남천, 회양목들이 잘 어우러져 서정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 (이 때 경계석이 좋다는 경계석파와 경계석이 없는게 좋다는 경계엣지파로 나뉘었는데 나는 아마도 엣지파인 듯 하다고 처음 깨달았다.) 공간 자체도 경사진 곳에 만들어져서 포근하게 감싸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비밀스럽고 따스한 분위기가 났다.

이때는 구조물을 치셨던 선임분들과 함께 했는데, 통석의 시공방법이라든가 의자와 통석의 조립방법 등을 아주 자세히 알려주셨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배움으로 인해 공간을 훨씬 즐겁게 탐색했다. 이때부터 눈에 보이는 디자인 영역 뿐만 아니라 이것을 실현해내는 실시의 영역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졌다. 여담이지만, 아직까지도 마음 속 1등 준공 공간이다.





 

기타 B컷

기타 B컷들을 소개한다. B컷들은 특별한 조경 아이디어 혹은 기법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담긴 컷들이다. 특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아주 매력적이고 감성적인 것이 조경이라고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마치며

‘이제는 작품을 보러 직접 가야하는 시대는 아니지.’ 하는 생각을 했었고 여전히 조경을 책, 영상매체 등으로 공부하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담고 있는 공간이 얼마나 포근한가 혹은 얼마나 압도적인가, 내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행위들이 얼마나 다양한가, 자연물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은 어떠한가, 그 곳을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은 또 어떠한가 등을 모두 느끼지 않고서는 조경공간에 대해 전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햇병아리 시절이었던 것과 더불어 식견이 많이 부족했던 탓인지 답사를 통해 조경공간에 대한 통찰력, 분석력을 높이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옛날 조경을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한가득 느끼고 올 수 있었다.



p.s. 한 줄 요약

챕터8.가을힐링답사는 이 사진 한 장으로 압축될 수 있겠다.

이제 진짜 글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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